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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유기용제 취급자 54%가 중독 가능성
  •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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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4만2천여명 피해...'형식적 검진'벗어나야

 

 

 7월은 ‘산업안전보건 강조의 달’ 이다.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해 일하다가 다친 사람이 14만2천3백29명에, 죽은 사람이 1천9백25명, 불구가 되어버린 사람이 2만6천8백90명이나 되니 세계제일의 산재천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강조의 달’이다. 산재뿐 아니라 작년에는 15세 소년 문송면군의 수은중독 사망, 이황화탄소 중독에 의해 전신마비와 정신이상을 일으킨 원지레이온의 환자들, 연탄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연탄공장 주변에 사는 가정주부 회사원 심지어는 의사까지 진폐증 환자로 밝혀지는 등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났었다. 작업장의 환경과 조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올해에도 유기용제를 다루는 노동자의 54%가 중독의 가능성이 높은 검사 수치를 내기도 했다.

 

 지금의 법률이나 제도에 이와 같은 현실을 예방하고 관리 하기 위한 여러 가지 규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몸에 해로운 물질이나 위험한 공정에 대해 그것을 다루어야 하는 노동자에게 교육을 하게 되어 있고 이년에 최소 한번은 건강검진을 하고 작업장의 환경을 측정하여 직업병이 생기지 않도록 개선을 도모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실이 계속 되는가?

 

 법률에 규정된 제도나 그 운영방법은 그러한 것을 만든 목적과 필요를 채울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누구보다도 노동자 스스로가 강력히 바라는 바이다. 건강과 생명을 임금과 바꾸려고 하는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위험하고 그것을 막으려면 어떤 방법이나 도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 권리와, 현실적으로 안전과 건강을 지킬 권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야말로 제도와 그 운영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책임을 지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잘 모르는 권리가 노동자를 위해서 행사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인이 손님처럼 되어서 운영되는 제도나 장치가 불신을 받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건강검진이나 환경측정의 결과가 제대로 노동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그냥 연례행사처럼 지나가게 되어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라는 비난이나 검진과 측정의 결과에 따라 어떤 조치가 필요하고 노동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교육이나 상담을 받아 본적이 없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많다. 또 문송면군의 경우처럼 수은중독이라는 엄연한 진단을 받고도 법에 의한 보호를 받기까지 3개월이란 세월과 많은 의료인들의 항의가 필요했고, 너무 늦은 노동부의 결정으로 목숨까지 잃은 것을 생각하면 관료주의적인 장벽과 태만은 민주화되어 가는 사회속에서 우선적으로 극복되어야한다.

 

 산재에 의한 직·간접의 경제적 손실은 이미 1986년 1조원을 넘어 1987년에는 1조4천 억원이나 되었다. 산재야말로 국민경제를 위해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으로 시급히 극복되어야 할 국민적 과제가 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 강조의 달‘이 묵혀놓은 현수막이나 다시내거는 행사가 된다면 이 한달 동안 통계로 보아 다치게 되어있는 1만2천88명의 노동자와 불구가 될 2천2백83명, 목숨을 잃을 1백63명의 노동자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산재나 직업병은 반드시 예방할 수 있고 또 예방해야 한다는 각오를 세워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제반 규정과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노동자의 알 권리와 지킬 권리가 보장되는 건강관리제도는 모두의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본 자료는 한겨례신문에 <국민 건강>이라는 타이틀로 연속 게재되었던 양길승 원장의 칼럼입니다.

(게재일자 : 198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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