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 장시간 근무 조건 논의만 수년째. 보건관리 '엉망진창'
택시 운전기사는 10시간 가량의 장시간 운전으로 뇌심혈관계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고 잦은 접촉사고로 외상후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노동부는 병의 주 원인인 장시간 근로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아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인택시를 만 19년째 운행해온 강모(남·56)씨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3~4번 한다. 새벽에 이유없이 시비를 거는 승객과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늘어지고 두통이 찾아온다.
강 씨는 “뇌심혈관계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진 동료를 몇몇 봤고 2007년 3월에는 택시강도에게 살해된 기사도 있었다”며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기사의 건강은 누구도 신경써 주는 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택시 노동자 건강조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뇌졸중, 뇌출혈, 심장마비, 심근경색 등으로 대표되는 뇌심혈관계질환 발병률은 택시기사의 경우 전체노동자 평균보다 3.45배 높았다.
또한 2003년 근로복지공단에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3032명 가운데 금융 및 보험업은 1만명당 1.33명, 건설업은 1.53명, 제조업은 3.42명 수준인 반면 택시업종은 1만명당 13.1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산업보건 관련 연구원들은 뇌심혈관계질환의 주원인으로 과로 및 장시간 운전을 꼽았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윤간우 과장은 “과로는 뇌심혈관계질환의 대표적 원인이며 택시 운전기사의 경우 평균연령이 44세로 높아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며 “택시기사의 건강은 시민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운수 환경에 대한 보건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국민주택시연맹은 서울시 택시회사 256개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1일2교대, 1인1차제를 택해 기사의 평균 운전시간이 10시간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005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택시 운전기사의 월 평균 근로시간을 261.1시간으로 측정한 바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업주와의 합의가 있더라도 근로자는 주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도록 돼있지만 운수업 근로자는 이 법의 제외 대상으로 규정돼 택시 운전기사는 제한없는 장시간 근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문제가 2005년 께 불거졌지만 아직까지 실태조사도 하지 않고 개선책을 세우겠다는 말 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 일이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은 알지만 아직 실태 파악을 하지는 못했다”며 “하지만 올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를 거치는 등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김형렬 교수는 택시기사 가운데 35.2%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으며 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는 전체 35.2%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외상후 스트레스가 만성화될 경우 회상·회피반응·각성반응 등의 고통이 수반된다고 우려했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백종우 교수는 “3개월 이상 외상후 스트레스가 진행되면 만성화 단계에 이른 것"이라며 "길을 나서기 싫어하고 대인관계를 피하는 등의 회피반응과 과민·불면증 등 각성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교수는 “또한 이 질환은 삼분의 이 정도 우울증을 동반해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택시 기사의 건강권이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관련 노조는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정신건강까지 점검할 수 있는 체계적 건강검진을 추진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전국민주택시연맹 관계자는 “택시 사업장은 영세해 정부가 나서서 택시운전기사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논의만 돼왔지 대책은 전무해 근무시간단축 및 체계적 건강검진 수립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기자 (sh1024h@mdtoday.co.kr)
출처 : 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115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