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4년 전 양식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주노동자, 칸 모바실씨가 당시 지역 사회와 인권단체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산재 승인까지 얻어냈는데요.
최근 칸 씨가 자신을 치료해준 병원에 기부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름다운 연대가 또 한 번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김정대 기자입니다.
리포트
[KBS뉴스9/2021년 8월 24일 : "양식장에서 10여 년간 일을 해온 한 이주노동자가 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아내와 두 아들을 고향 스리랑카에 남겨두고 한국에서 투병하는 칸 모바실의 사연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21년.
전남 담양과 제주도 등의 수산 양식장에서 일해온 그는 보호구 없이 발암 물질인 포르말린을 다루다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칸 모바실/지난 2021년 8월 : "포르말린을 뿌리는 시간 동안에는 눈에 물이 나왔어요. 코에서도 나왔어요. 여기 목에서도 가래가 나왔어요. 냄새가 너무 안 좋았어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지역사회와 인권단체가 치료비 모금에 나섰지만 매달 2백만 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때마침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서울의 한 직업병 전문 병원.
사실상 무상으로 칸을 치료해 줬고 1년 간의 보살핌 끝에 기적적으로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이후 칸은 산재를 인정받아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퇴원 뒤 한동안 소식을 알기 어려웠던 칸이 최근 이 병원에 후원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병원 측이 백만 원 이상 후원자의 명단을 살피던 중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 겁니다.
해당 후원금은 산재나 재난을 겪고도 여건이 안 돼 치료받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쓰이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임상혁/녹색병원 병원장 : "이주노동자한테 기부를 받아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을 이용했던 사람이 조그맣게 저희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이렇게 크게 기부를 한 건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서 써달라는 의미 아닐까."]
한 이주노동자를 도운 나눔과 연대의 움직임이 또 다른 생명을 구하는 작은 불씨로 지펴지면서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