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
- 삶의 고난을 대하는 태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글_ 박중철(가정의학과 과장)
전쟁이 사라지고, 더 이상 굶는 사람도 없으며, 국가가 나서서 전염병과 암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인의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70년에 평균 62세였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10년 드디어 80세를 넘어섰다. 이러한 추세라면 언젠가는 100세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수명이 늘면서 노년인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마지막 15년가량을 건강을 잃고 병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균적으로 65세 이후부터 병고에 시달리다가 80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마냥 수명이 느는 것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어가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자기 수명을 모두 누리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과 행복을 놓치지 않는 성공적인 삶 즉, ‘성공노화’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다.
20세기 초부터 인류는 성공노화의 비결이 무엇인지 파헤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마을사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35년간 시행한 연구인데, ①하루 7시간 수면 ②규칙적인 아침식사 ③간식절제 ④표준체중 유지 ⑤규칙적인 운동 ⑥ 절주(하루 2잔 이하) ⑦금연 등 7가지 중요한 생활 습관을 밝혀냈다. 7가지 습관 중 3개 이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67세인 반면, 7가지 모두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78세로 무려 11년 차이가 났다. 사실 이 7가지 건강습관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실천이 쉽지는 않다. 술과 담배, 비만 등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 좀처럼 여기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래서 다음 질문이 던져졌다. 평생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그래서 이번에는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이 나서서 약 800여명의 사람들을 무려 70여 년간 꾸준히 관찰하였다. 대상자 한 무리는 머리 좋고 집안 좋은 하버드 대학생들이었고, 또 한 무리는 지능이 매우 좋아 학교의 추천을 받은 영재아들이었으며, 나머지 한 집단은 가난한 도시빈민가 아이들이었다. 30여년이 흘러 이들이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확인해보니, 확실히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건강했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해 있었다. 특히 도시빈민가 출신들은 하버드 출신들과 비교했을 때 일찍 사망하거나 신체적 장애를 얻는 비율이 거의 2배가량 높게 나왔다. 금수저가 성공하는 건 너무 뻔한 결과인가?
하지만 인생은 늘 반전이 있기 마련이다. 도시빈민가 출신들 중에 환경을 극복하고 스스로 대학교까지 진학한 이들의 수명과 장애율은 하버드 출신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교육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인간의 수명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더군다나 800여명의 관찰대상들이 80세 이상 노인이 되었을 때 건강과 행복을 조사한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분명 인생의 중반기까지 중요하게 작용했던 학벌, 재력, 집안 배경 등이 노년의 건강과 행복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타고난 배경은 딱 중년기까지만 영향을 끼쳤다. 좋은 집안 배경을 가진 성공한 하버드 출신 중에 중년을 지나면서 알코올 중독, 이혼, 심장병, 자살 등에 빠진 사람들이 줄줄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인생의 행복 비결이 무엇인지는 부모로부터 상속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힘들게 인생을 헤쳐 오면서 어렵게 중년기까지 버텨온 빈민가 출신들은 이후부터 탄력을 받아 오히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숙한 성품을 바탕으로 활기차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앨러미다 연구와 하버드대학교 연구가 알려주고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은 간단히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나쁜 것을 피하는 지혜로운 생활습관이다. 두 번째는 삶의 고난을 통해 성숙시켜가는 성품이다. 그들에게 고난은 행복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선생님이었다. 세 번째는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성실한 열정이다. 배움은 우리의 마음가짐을 늘 겸손하고 젊게 유지시켜 준다.
건강과 행복은 돈이 많고 적음도, 학벌이 높고 낮음도 아니다. 늘 도전하고, 성실히 배우며, 겸손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건강과 행복 모두를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 연구들은 증명하고 있다. 100세 시대의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은 특별한 음식이나 약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고난을 마주하는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성숙한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