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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와 가족 입장에서 생각하는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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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의 발전은 평균수명 증가와 인구고령화를 가속화하고, 그로 인해 치매 인구의 증가도 불가피해졌다. 예전에는 집안에 치매 어른이 있으면 오롯이 가족이 돌봄을 감당해야 했으나,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어 의료적 개입이 보편화 되었고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어 가족의 짐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면서 그로 인해 파생된 요양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으나 예전에 비해 고통이 경감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 치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해 살펴보자

치매란?

치매란 기억력 저하를 비롯해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진단할 수 있다. ‘기억력의 저하’를 다시 구분하면 나이가 들어 일의 세세한 부분을 잊고 주변의 귀띔이 있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기억이 난다면 건망증에 속하는 기억저하다. 그러나 일 자체를 잊고 귀띔을 해줘도, 혹은 시간이 지나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치매에서의 기억저하로 볼 수 있다.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억력에 대해 걱정하며 스스로 병원에 찾아오지만, 치매 환자들은 보통 자신의 기억저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주변 사람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온다.

치매의 진단

치매가 의심되면 예전에는 병원에 먼저 오실 것을 권했지만 요즘은 각 지역마다 치매안심센터가 있어 선별검사와 심화검사를 우선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치매에 해당하는 사람은 치매의 원인을 구별하기 위해 녹색병원과 같은 지정된 병원으로 의뢰된다. 이때 소득 수준에 따라 진단에 필요한 검사비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를 거쳐서 오시면 치매에 대한 설문검사 결과와 자세한 병력청취 및 사회경제 요인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어 의사 입장에서도 진단과 치료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병원에서는 혈액검사를 비롯해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CT, MRI 등을 이용한 뇌 검사를 실시한다. 그리하여 병력과 사회력, 그리고 설문지를 이용한 치매검사 결과와 함께 환자 진찰 및 혈액검사와 뇌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임상적으로 치매를 감별 진단한다. 가장 흔한 치매는 알츠하이머치매이고 그 다음이 혈관성치매이며 흔치 않게 파킨슨병치매, 루이체치매, 전두측두엽치매 등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치매가 있다. 중요한 점은 영양결핍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또는 경막하출혈, 뇌종양, 정상압수두증 같이 원인을 치료하면 호전될 수 있는 치매도 있으니 감별을 위한 검사 결과를 꼭 확인해야 한다.

치매의 치료

치매의 종류가 판별되었다면 의사는 바로 약을 처방하여 치료를 시작할 것이다. 알츠하이머치매의 경우에는 알츠하이머치매 전문 치료제를 처방하고 혈관성치매의 경우에는 뇌혈관이 다시 막히거나 터지지 않도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기저질환을 먼저 치료하고 항혈소판제 등과 함께 뇌혈액순환을 보조하는 약제를 쓸 수 있다. 보호자로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약물치료가 좋은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알츠하이머치매의 치료제 로 허가된 두 가지 기전의 약물이 있는데 콜린에스테르분해효소 억제제(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의 경우는 구역질, 구토, 설사 같은 심한 위장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정신착란을 보일 수도 있으며 다른 기전의 메만틴이란 약은 환자 상태가 오히려 가라앉아서 약을 못 먹게 되는 수도 있다. 물론 진단이 제대로 잘 되고 큰 부작용 없이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는 경우가 일반 적으로는 더 많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기억력이 호전되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부작용이 있다고 치매 치료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치매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를 돕고자 아래의 그림을 인용한다.




 

치매 초기에 치료를 한 경우가 치료하지 않은 경우보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긴 것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상태를 방치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도 비용이 덜 든다고 알려져 있다. 치 매안심센터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라 치매치료비를 일부 보조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에서도 중증 치매는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여 진료비의 일부를 감면해 주는데, 산정특례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명확한 기준이 있으므로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치매환자 돌봄

의사가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 진찰하고 처방하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치매 환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시간은 매우 길다. 환자마다 차별화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각자 다른 문제를 갖고 있으므로 치매환자를 곁에서 오랜 시간 돌보는 사람의 손길이 중요하다. 초기 치매 환자들은 비교적 일상생활을 혼자서 유지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들의 도움이 항상 필요하지는 않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옷 입고 밥 차려 먹고 운동하러 밖에 나가고 장도 보고 은행 일도 보고 집 청소, 빨래도 하고 TV를 보고 잠자리에 드는 등 여러 일상생활 행위 중에 일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만 도와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점점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도움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

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하루 세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 집에 찾아와 집안일도 해 주고 환자를 챙겨준다. 장기요양서비스는 각 구마다 있는 장기요양보험공단에 문의해서 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꼭 치매가 있어야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건 아니지만, 치매 환자의 경우는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어도 인지장애가 있으면 5등급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그보다 낮은 인지지원등급도 있으니 각 등급별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알아보는 게 좋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때는 보통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한데 그냥 소견서가 아니고 “장기요양의사 소견서”를 받아야 한다. 치매특별등급인 5등급 소견서 교육을 받은 의사만이 쓸 수 있다.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니 어도 정해진 교육을 이수한 의사는 5등급 소견서를 쓸 수 있고 치매 환자를 진료할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선택 가능한 서비스, 모임

치매환자 심리행동증상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망상, 환각, 배회, 수면이상, 불안, 반복행동, 불결한 행동, 난폭함, 길 잃음 등의 갖가지 심리적인 증상, 이상행동을 말하는데 돌보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들이다. 대부분 약물치료에 반응하지만 배회나 반복행동, 길을 잃는 것은 약물에 반응을 잘 안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나 행동상의 이상이 있다면 의사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모든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다. 해답은 환자 주변에 있을 수 있다. 좋은 돌보미가 환자를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해 주며, 가족들의 정성으로 환자의 이상 증상을 경감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치매가족모임에서 해답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 활동하는 것도 권한다. 장기요양보험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 중 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소)와 요양원 등도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집에 있는 치매 어른들을 아침에 차로 모시고 한 곳에 모여 그림도 그리고 색종이도 접고 노래도 부르고 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낮잠도 자는 등 프로그램을 가진다. 집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누워 있으면서 심심한 하루를 보낼 법한 치매 어른들에게 자극을 주고 사회성을 유지시키는 좋은 시설이다. 그러나 거동이 어렵거나 사회성이 너무 없으면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요양원은 집에서 돌볼 사람이 없거나 돌보는 사람의 건강이 안 좋거나 하루 종일 배회나 심리행동증상이 심해 도저히 집에서 어르신을 돌볼 수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시설이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존엄한 삶으로

청소년기부터 장년기까지 나이대별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일일이 적지 않겠다. 다만 무엇보다 기본적인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거기에 두뇌활동을 활발히 하는 활동(독서, 일기쓰기, 배우기)과 육체적인 운동(이게 제일 중요), 그리고 절주와 금연, 지중해식 식단(올리브유, 채소, 오메가3가 많이 든 생선) 등을 추천한다. 우울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진료를 받도록 한다.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저하가 있지만 일상생활은 혼자서 다 할 수 있다면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붙인다. 1년마다 10%의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알츠하이머치매로 진행한다는 연구가 있어서 치매의 전구 단계로 보기도 하는데, 평생 경도인지장애상태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임상적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치매 예방을 위해 콜린알포세레이트 같은 약을 처방한다. 사실 많은 어른들이 치매 예방약이라고 복용 하고는 있는데 의학적으로 예방효과는 증명된 바가 없지만 필자도 치매예방약을 달라고 오시는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다.

우리 모두 나이를 먹는다. 뇌도 나이를 먹는다.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치매에 대해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더 잘 알고 대처한다면 치매가 단지 두려움의 대상만은 아닐 것이다. 치매환자의 존엄한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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