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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어느 과를 가야 하나?
  •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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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자료는 경향신문에 연재 되었던 <양길승의 세의보감>에 실린 내용입니다.

   (게재일자 : 200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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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프면 약국이나 병원을 간다. 의약분업이 된 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제한되어 있고 처방이 없이는 약을 조제할 수 없게 되어 의료기관을 거쳐야만 약을 구할 수 있도록 되었다. 가벼운 증상인데도 의원을 거쳐야만 한다고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전에 약을 구하기 쉬웠던 것이 오히려 약의 남용과 오용을 불러왔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의료기관을 가야 하느냐’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에는 모든 전문의가 직접 개업을 할 수 있어서 한 건물에 여러 의료기관이 함께 있기도 하고 여러 전문과목의 진료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종합병원도 있다. 그런데 환자가 어떤 의료기관을 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잘 못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어떤 과에서 치료받는 것이 좋은 지를 쉽게 알 수 있을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모가 산전 진찰을 받고 아이를 낳는다든가 할 때는 산부인과를 가고 아이가 아프면 소아과를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린이가 목이 아프다고 하면 소아과를 가는 사람도 있고 이비인후과를 가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배가 아프면 무슨 과를 가야 할까? 배가 아픈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치료는 내과적으로 해야 할 때와 외과적으로 해야 할 때로 나누어진다. 문제는 환자가 그 구분을 할 수 없고 의사의 진찰과 검사를 받은 후에야 알 수 있다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기관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허리가 아픈 사람들도 정형외과를 가야하나 신경외과를 가야하나 망설이게 된다. 어느 과를 가더라도 진단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치료방법의 선택에 있어서는 엇갈리는 주장이 전문가 사이에서도 있다. 그래서 한 병원에 두 과 전문의가 모두 있는 경우 어느 과에서 요통 환자를 보는 가를 가지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갈등으로 전문분야가 겹친다고 생각되는 과 사이에는 일반사람들 모르게 깊이 골이 패여 있기도 하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지방 모 대학에서는 얼굴 상처를 누가 치료하는가를 가지고 성형외과와 치과가 편싸움을 벌여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이다. 많은 대학병원이 몰려오는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꼭 대학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외래와 입원실을 차지하고 있어 꼭 대학병원의 설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한 환자가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환자들이 대학병원을 이용함으로서 다른 사람의 이용기회를 막는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도 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대표적인 예가 만성질환자를 요양병실 같은 것이다. 많은 설비와 인력을 갖춘 곳에서 감기환자를 치료하는 경우를 생각하는 것은 극단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있는 일이다.

 

 물론 설비가 잘 되어있고 모든 전문가가 있는 큰 병원을 선호하는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데 환자의 결정이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결정과 선택에 의료전달체계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람직하기는 1차 의료기관(의원이나 보건소)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기관을 추천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닐 때에는 대학병원과 같은 3차 의료기관보다 지역의 2차 기관(공공의료원이나 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을 선택하는데 의사의 전문적인 조언과 안내가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의 변화가 있다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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