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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노동자 편에 서는 첫 번째 주치의, 전태일의료센터 – 임상혁 녹색병원장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5-01-10 09:55:49
  • 조회수 72



[월간참여사회] 장슬기의 언더뷰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추진하는 임상혁 녹색병원장을 만나다



▲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신한빛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은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노동재해) 사건이다. 경기도 미금시(현 남양주시) 원진레이온 합성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노후된 기계에서 유출된 이황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하거나 신체 마비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집단 피해가 1988년 세상에 알려졌고 투쟁 과정에서 산재 기준이 완화되고 보상도 늘었다.


원진레이온에서 직업병으로 확인된 직원은 무려 950명이었다. 1993년 원진레이온 폐업 이후 폐업 반대 투쟁과 직업병 인정 투쟁이 지속됐고 노동자들이 보상금 등으로 1993년 11월 원진직업병관리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에선 '노동자들을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1999년 경기도 구리시에 '원진녹색병원'을 만들었고, 이어 2003년에는 서울 면목동에 '녹색병원'을 만들었다.


현재 녹색병원은 과거 YH무역 가발공장 자리다. YH무역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국 노동사에 기록된 사건이다. 1979년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이 당시 제1야당 신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였다. 노동권을 외치며 회사의 위장폐업 등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박정희 정권은 이를 진압하려고 노동자들과 신민당 총재 김영삼 정치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자 김영삼 지지세가 강한 부산 지역에서 시위(부마항쟁)가 이어졌다.


같은 해 10월 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관련 얘기를 나누다 김재규가 박정희와 차지철을 총으로 쏘게 된다. 이에 YH 노동자 투쟁을 유신정권 붕괴의 시초로 보기도 한다. 신민당 농성 당시 사망한 김경숙 열사 이름을 따서 녹색병원 앞길(중랑구 면목로53길 32)을 '김경숙길'이라고도 부른다.


녹색병원에서 '김경숙길'을 건너면 YH무역 노동자들의 기숙사 터가 있다. 녹색병원은 이곳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태일의료센터는 건립비용 190억 원 중 50억 원을 '벽돌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모금하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초까지 40% 정도의 기금을 모았다.


그런데 한창 남태령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 중이던 12월 22일 오전부터 뜻밖의 후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트랙터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에 분노하며 각종 단체에 후원하고 이를 인증하던 중, 한 시민이 SNS에 전태일의료센터를 소개하며 센터 사이트가 먹통이 될 정도로 관심이 모였다.


전태일의료센터는 어떤 곳일까.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임상혁 녹색병원장을 만났다.



"전태일은 자신의 것 나누고 연대하던 사람, 그 정신 기억하고파"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달라.


"대학시절에 원진레이온 사건에 결합해 조사하고 집회에도 참여했는데 그게 인생을 결정한 중요한 사건이 됐다. 원진 환자들을 보면서 노동자들 곁에 있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업환경의학'과 '가정의학' 전문의를 땄고 구로의원 원장을 지냈다. 구로의원은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인사와 보건의료인들이 3천만 원을 모금해 만든 민중병원으로 구로공단 근처에 있었다. 원진직업병관리재단이 만든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들어와 1999년부터 근무하다 2019년에 녹색병원 원장이 됐다."


- 가정의학은 익숙한데 직업환경의학은 낯설다.


"원진레이온 사태의 영향도 있을 텐데, 산재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니까 피해자들을 봐줄 수 있는 의료분야가 필요해졌다. 안전·보건·직업 문제를 진료하고 연구하는 전문 분야가 만들어져 대학병원에도 전문의가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 전태일의료센터는 어떤 계기로 추진하게 됐나? 병원 이름에 '전태일'을 붙인 이유도 궁금하다.


"녹색병원이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을 해왔는데 더 넓고 크게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2019년 녹색병원 원장이 되고 다음 해인 2020년이 전태일 50주기였다. 서울 종로5가 전태일다리 앞 전태일동상에서 '전태일 병원'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시절 많은 노동자의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병원 이름에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녹색병원이란 이름은 원진 환자들이 준 이름이니까 바꿀 수 없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전태일의료센터로 하게 됐다.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해 만들고 병원 운영 등을 같이 논의하면서 사회적 운동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전태일이 생전에 여성 노동자들을 따뜻하게 챙겨줬던 일화는 유명하다. 전태일의료센터를 통해 전태일의 이미지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뀔 수도 있겠다.


"그렇다. 매년 11월 노동자대회나 노동자들 투쟁 현장에서 전태일 열사의 이름이 나오면서 강성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전태일은 자신의 것을 나누고 연대하던 사람이다. 전태일의료센터를 짓기 위해 사회적으로 모금을 하면서 전태일의 연대 정신, 따뜻한 모습을 한국 사회가 꼭 기억해야 한다고 알릴 수 있다."


- 누리집을 보면 전태일의료센터가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자 병원'이자 '노동자 편에 서는 첫 번째 주치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노동자 편에 서는 첫 번째 주치의'라는 말도 와닿는다. 치료는 물론 다른 역할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도 하고 다시 현장에 복귀하는 일까지 돕고 싶다. 다치거나 병이 생기면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한다. 요즘같이 플랫폼 노동 등 불안정 노동자가 천만 명이 넘는 시대에는 더 끔찍하다.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이분들을 재활시켜 일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 예방을 위한 사업도 하고 있나?


"내가 사는 중랑구 면목동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가난한 동네다.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이 많은데 여성분들은 리어카를 못 끌고 유모차 등을 사용한다. 그러다 폐지가 쓰러지면 다시 주워 담아야 하고 뒤에선 차가 빵빵거린다. 새벽에는 교통사고가 나기도 한다. 안전하고 안정된 폐지 수집 운반 도구를 전문가들을 통해 디자인하고 있다. '이어줄 캠페인'이라고 폐지를 묶을 수 있는 '이어줄'도 만들었다. 앉았다 일어나고 숙이는 동작을 줄이는 게 각종 질환의 예방이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은 또 무엇이 있나?


"노동 약자는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특수고용직,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으로 나눈다. 4대보험 없이 아파도 계속 출근하거나 아니면 대부분 잘린다. 생계 문제로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기도 한다. 2년 전에 서울교통공사 노조에서 전태일재단을 통해 온누리상품권을 기부했다. 어떻게 쓸지 고민 끝에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조리노동자,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으니 온누리상품권을 주면서 재활치료를 했다. 병원 차원에서 하는 것을 넘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 제도를 국가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 원래 병원은 비영리지만 한국에서 민간병원은 영리병원인 것처럼 느껴진다.


"개혁적인 생각을 가진 의사들도 보통 정부 정책을 어떻게 바꿀까, 공공병원을 어떻게 더 지을까를 고민한다. 노동자들이 참여해서 병원을 짓고 운영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아직 낯설다."


- 민간병원인 녹색병원은 정말 '비영리'로 운영하면서 병원비도 저렴한데 어떻게 운영이 가능한가?


"우리는 비급여가 거의 없어서 싸다. 병원비가 싸다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녹색병원을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녹색병원 발전위원회라는 후원 조직을 만들어 '약자들과 함께하는 병원이 되겠다'며 후원을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분이 1억 원을 내기도 하는 등 거의 30억 원 정도를 기부받았다. 그래서 시민단체 중에서 어려운 곳에 종합검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회연대 방식, 서로 힘을 모아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 최근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의 의대 증원 2천 명은 준비되지 않은 주장이었고 결과적으로 의사 증원 찬스를 놓쳤다. 의사 증원도 필요하지만 약자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족하고 지역의료가 무너지고 있으며 민간보험으로 대체되고 있어 공공성이 약화되고 있다. 2천 명이라는 숫자 때문에 이런 논의가 사라져 안타깝다. 이번 정권이 정리되면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정부와 의사, 시민사회가 이번 경험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 해외에 녹색병원과 비슷한 모델은 없나?


"우리와 교류하는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가 있다. 메이지유신 이후 고전의학을 없애고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지역의사들이 부족했다. 지역에서 가난한 노동자, 빈민을 위해 협동조합으로 만들었다가 의원, 병원으로 커져 병원들의 연합회가 됐다. 약 2만 명이 모였는데 일본 의사의 4% 정도로 우리보다 큰 조직이다."


- '노동자를 위한 병원'인데 녹색병원 직원들의 노동조건은 괜찮은가?


"우리 병원엔 비정규직이 없다. 보통 병원에는 비정규직이 많다. 2019년 6월에 원장으로 왔을 때 요양보호사, 식당조리사, 청소노동자 등 세 파트가 비정규직이었다. 계약기간에 맞춰 하나씩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의미 있는 변화다. 노동자들을 차별하면 안 된다. 그 외에는 병원 직원들이 '원장실 문턱이 낮아서 좋다'고 한다.(웃음)"


-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비용 190억 원 중 50억 원을 모금하고 있다. 기부자들 사연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동대문구 창신동, 중랑구, 면목동 등에 봉제노동자들이 노조(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를 만들었다. 장시간 일하면서 저임금을 받는다. 조합원 수가 400명이 안되는데 이분들이 전태일의료센터에 272만 원을 모아왔다. 받아서는 안 될 돈을 받는 느낌이었다. 참 고마웠다. 젊은 분들이 장학금이라면서 보내고,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보내기도 한다. 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건 작지만 많은 사람의 연대다. 어느덧 기부자가 1만 명이 넘었다. 나중에 전태일의료센터를 만들면 벽에 기부자 이름을 적어야 하는데 각각의 이름 위치를 어떻게 찾아줘야 하나, 이런 즐거운 걱정을 하고 있다."



- 전태일의료센터가 시민들에게 어떤 곳으로 남기를 바라나?


"노동자들이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으로 남고 싶다. 그동안 단식투쟁하던 분들 천 명 넘게 녹색병원을 찾았다. 난민과 이주노동자들도 많이 온다. 어떤 병원에선 미등록이주아동들이 감기 걸리면 30만 원, 맹장수술하면 300만 원씩 낸다. 2022년 조희연 교육감 시절 서울교육청과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미등록 이주학생의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사업도 했다. 지역과 함께 하는 병원이고도 싶다. 최근에는 중랑구 신현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글을 담은 책 '중랑에서 자라나길'과 직접 제작한 '노동인권 굿즈'를 팔아서 수익금을 전태일의료센터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 가수 하림씨가 만든 곡 '우사일(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을 신현중 학생들이 불렀는데 음원 수익도 기부하기로 했다."


- 12월 21일 남태령 집회 이후에 전태일의료센터로 후원이 쏟아졌다. 크리스마스까지 나흘 사이에만 20%가 넘는 금액이 모금됐다. 이렇게 후원이 쏟아진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들이 남태령 집회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생각했다고 본다. 탄핵 이후에 펼쳐지는 세상은 우리 사회의 어렵고 아픈 사람들과 같이 연대하며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였고, 전태일의료센터도 그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 후원에 참여해 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감사하다. 과도할 정도 많은 기부의 행렬을 보며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전태일은 우리 사회 약자들과 나누고 연대하는 상징이다. 전태일의료센터가 전태일 정신을 실천하는 사회연대병원이 될 수 있게 굳건히 건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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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노동자 편에 서는 첫 번째 주치의, 전태일의료센터 – 임상혁 녹색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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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가 포함된 <월간참여사회> 2025년 1-2월호는

아래 링크를 통해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peoplepower21.org/magazine/198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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