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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프리랜서 의사? 의료체계를 개선하자
  •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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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자료는 경향신문에 연재 되었던 <양길승의 세의보감>에 실린 내용입니다.

  (게재 일자 : 2005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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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일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의사 자격에 관한 제도를 바꾼다고 발표하였다. 외국인 의사가 한국의사 면허를 갖지 않아도 외국인을 상대로 진료할 수 있다는 것과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받고 와서 국내 면허를 받으려면 지금까지 치르던 자격시험과는 별도로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종합병원제도를 없애고 프리랜서 의사를 둔다는 것으로 벌써 의료계와 시민단체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중소병원의 전문의 초빙의 어려움을 덜고 전문의의 활용을 넓힌다는 취지가 불러온 결과에 대해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달라지는 것은 현행 의료기관 분류가 4단계에서 3단계로 달라지고 거기에 따른 규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의원, 병원, 종합병원, 전문종합병원이다. 의원이란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열 수 있는데 “진료에 지장이 없는 시설을 갖추고 주로 외래환자에 대하여 치료를 행할 목적”으로 개설하는 의료기관이다. 따라서 전문의이건 아니건, 검사실이나 검사기구가 있건 없건, 입원실이 있건 없건 “진료에 지장”이 없으면 상관이 없으며 의무가 아니다. 표방할 수 있는 진료과목도 규제가 없다. 다만 입원실은 30병상 미만이어야 하고 전문과목을 밝히는 경우에는 전문의 자격을 가진 과 이름만 쓸 수 있다.

 

 병원이 의원과 다른 점은 입원실이 30병상 이상으로 “주로 입원 환자에 대하여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허가에 규정 조건이 있는 것은 종합병원부터이다. 종합병원은 병상이 100개가 넘어야 하는데 의무적으로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 과가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진단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 정신과 및 치과를 포함하여 9개이다(300병상이 넘는 경우). 300병상이 넘지 않을 경우에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중에서 3개 과에 더하여 진단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를 포함하여 7개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그밖에도 중환자실(300병상 이상일 때), 임상검사실, 물리치료실 등 필수 시설이 정해져 있다. 전문종합병원은 일반 사람들이 대학병원이라고 알고 있는 곳으로 종합병원의 기능 위에 연구와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에 바꾸겠다는 것은 바로 종합병원의 의무규정이던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 진료과목을 없앴다는 것이다. 중소병원의 경우 의무 규정상 전문의를 두어야 하지만 전문종합병원이 아니어서 전문의가 오려고 하지 않고 전문의가 있어도 진료가 많지 않아 종합병원 측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해온 것을 정부가 들어준 것이다. 이 변화로 가장 영향을 받을 과는 치과와 정신과가 될 것이다. 300병상이 넘지 않았을 때에는 의무가 아니었지만 300병상이 넘으면 의무가 되기 때문에 환자가 있건 없건 구해서 전임으로 면허를 종합병원에 올려놓아야만 했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위탁경영을 하면서도 서류상 고용관계라고 등록을 하거나 명목상 올려놓고 진료는 거의 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현재 중소 종합병원에는 수요가 많은 전문과목에는 의사가 여럿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진료과목 중에서 의무 규정이 아닌 과목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잘 보기 어려운 전문과목은 안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피부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등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는 거의 모든 종합병원에 들어 있고 인공관절센터니 뇌졸중센터니 하는 이름으로 전면에 걸려있다. 병원 측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비인기 과목이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해주는 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전에는 종합병원에 오면 받을 수 있었던 전문의의 진료를 일부과목에 있어서는 받지를 못하게 될 수 있다. 현실에 있어서 전문의가 있는 것을 미리 알아보고 오는 환자들에게는 종합병원에 일부 전문의가 있고 없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종합병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종합적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전문과목의 전문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갔으면서도 종합적인 진료가 필요한 환자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진 환자가 정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가는 것은 올바른 진행이다. 그런데 그 환자가 다리뼈가 부러진 것이 중요한 사항이라 정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곳으로 갔지만 그 때 얼굴도 같이 다쳤고 사진을 찍었더니 외형상으로는 멀쩡한 얼굴뼈에 골절이 있어 귀와 코로 분비물이 나오고 있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의견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현재 이런 경우 급히 다시 해당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종합병원에서 수술하는 이비인후과 의사를 보는 것은 전문 종합병원이 아니고서는 힘들기 때문에 이런 경우 종합병원에서 전문종합병원으로 가게 된다.

 

 생각해야 할 점은 환자가 가는 첫 병원에서 모든 필요한 인력과 전문의를 갖추고 있어 원 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가 되도록 의료 전달체계를 갖추어야 하는가 아닌가가 아니다. 지역과 권역별로 응급의료센터가 지정되어 있고 그 체계 안에서는 필요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정작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전문 종합병원이 팽창하고 의원이 즐비하게 서 있는 우리 의료 환경에서 중소병원이 맡아야 할 의료의 몫이 의미를 잃고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대학병원과 의원만이 남아 있고 그래서 극단적으로는 감기 환자가 의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왔다 갔다 하는 현실이다. 심장수술을 하도록 훈련된 전문의가 잘 하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는 감기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간단한 맹장수술을 대학병원에서 하고 있는 현실이 왜곡된 우리 의료의 현장을 잘 보여주는데도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수술했다고 만족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번에 보건복지부는 대학병원의사가 겸직을 하더라도 의원급에서 진료는 못하게 하겠다고 한다. 옹색하기 그지없는 처사이다. 의원급에 오는 환자는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경험과 기술을 가진 대학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만남은 의사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만큼 충분히 알고 있는 경우에 드물게 있다.

 

 문제를 만들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하는 제도를 정착하려면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길 밖에 없다. 지금처럼 종합병원에 있으면서 여러 시설과 장비. 다른 전문분야와의 협동에 의해 제대로 일해야 하는 전문의가 개개인 개업을 하고 있고 환자는 환자대로 스스로 자신의 질병에 맞는 전문 진료과목을 선택하여 이러저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전문의를 선택해야 하는 이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종합병원의 부담을 덜어주고 대학병원의 전문가들이 지역의 필요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을 더욱 기괴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지 모른다.

 

 전속으로 한 병원에 고용되어야만 진료할 수 있다는 굴레를 벗어나는 것은 전문 인력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면을 바라고 만든 제도가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악용되는 것을 것은 흔히 보는 일이다. 지금 제안된 방식은 제대로 대학병원의 전문가가 꼭 필요한 상담과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의학의 특성이자 환자의 욕구이기도 한 최선의 진료가 종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돌보는 일차 의사에 대한 신뢰보다 대학병원의 의사의 권위 쪽으로 기울어 질 때 의료질서의 아노미라 할까, 공황이라고 할까 대단위 혼란이 올 수가 있다.

 

 프리랜서 의사의 책임성에 대한 의구심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의사는 청진기 하나 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슈퍼맨이 아니다. 검사기구와 검사실, 수술실과 마취의사 등 인력, 재활을 위한 시설과 인력 등 모든 것이 필요한 현대 의학은 종합적인 과학이다. 따라서 프리랜서 의사와 그 사람이 일하는 의료기관은 협동으로 일하는 새로운 단위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에 대한 준비는 아직 전혀 되어 있지 못하다. 스타 전문의가 나타나 환자들을 싹쓸이하여 건강으로 이끌어 간다는 발상은 만화적이고 비의학적이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에둘러 돌아가는 프리랜서 의사 제도가 기대했던 효과보다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현실에 안착하려면 현장의 사람들과 의료 소비자인 환자와 그 가족, 즉 시민들에게 목적과 방향, 방법과 진행에 대하여 보다 많은 토론과 의견 수렴 등 개방적인 자세와 민주적인 절차를 진지하고 성실하게 수행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 양길승 녹색병원장

 

 

   -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입학

   - 아일랜드 국립 골웨이 의과대학 졸업

   - 노동과 건강연구회 창립

   -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창립

   - 원진노동자건강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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