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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노동자·서민 보듬은 ‘약손’…녹색병원 어느덧 10살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3-10-12 12:52:29
  • 조회수 12311
노동자·서민 보듬은 ‘약손’…녹색병원 어느덧 10살
지하2층에 집무실 둔 양길승 원장

원진레이온 직업병 계기 설립
아픈 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
전망 좋은 곳에 재활치료실 두고
기획실 등 행정업무 지하에서
환자중심 병원철학 곳곳 배어
“지역의료 공동체 거듭납니다”
한겨레 이정국 기자기자블로그
 
양길승(64) 녹색병원 원장

지하2층에 집무실 둔 양길승 원장

원진레이온 직업병 계기 설립
아픈 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
전망 좋은 곳에 재활치료실 두고
기획실 등 행정업무 지하에서
환자중심 병원철학 곳곳 배어
“지역의료 공동체 거듭납니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의 양길승(64·사진) 원장 집무실은 병원에서 가장 낮고 구석진 지하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갈 수 있다. 창문 하나 없는 골방에 원장실을 만든 건 ‘환자 중심’을 내세운 양 원장의 의지 때문이다. 기획조정실 같은 병원 핵심 부서도 지하 2층에 있다.

‘노동자의 건강지킴이’로서 지난달 27일 설립 10돌을 맞은 녹색병원은 1988년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투쟁’의 성과물이다. 당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월평균 320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하면서 인체에 치명적인 이황화탄소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대다수가 뇌경색·협심증 등 심각한 중독증세를 보였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었고, 중풍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들은 질환과 노동환경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15살 나이로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가 수은중독으로 숨진 ‘문송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원진레이온 쪽은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 4명에게 600만원의 합의금을 주며 무마하려 했다. 노동부도 회사 쪽에 2만5000시간 무재해 기록증을 발급하는 등 노동자의 외침을 외면했다.

당시 이를 고발한 <한겨레>의 특종보도가 잇따르자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결국 ‘원진 직업병 피해자 및 가족협의회’를 탄생시켰다. 이들의 ‘88올림픽 성화 봉송로 차단 투쟁 계획’ 같은 조직적 투쟁은 한국 최초로 집단적 직업병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이들에게 지급된 보상금과 위로금으로 93년 설립된 ‘원진 직업병 관리재단’은 기금을 조성해 노동자들의 염원이던 직업병 전문 녹색병원을 2003년 설립했다. 현재까지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 가운데 163명이 숨졌고 생존자 746명은 꾸준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녹색병원은 아픈 노동자들이 찾는 마지막 보루였다. 산업재해를 당하거나 장기 단식 투쟁으로 몸이 망가진 노동자들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유일한 곳이었다. 양 원장을 만난 날도 마침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집단 단식’을 마친 12명의 노동자가 구리 원진녹색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7층에 오르면 눈앞에 용마산이 펼쳐진다. “병원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이곳에 재활치료실과 환자들의 쉼터가 마련돼 있다. 녹색병원만의 독특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 배치다. 양 원장은 “가장 좋은 곳을 환자들에게 돌려줘야지요”라고 말했다.

6층은 ‘희망 병동’이다. “루게릭 환자 병동입니다. 국내에선 유일합니다.” 이 층의 다른 한편엔 ‘진폐증 환자 전용 병동’도 있다. “이곳 역시 서울에선 유일합니다. 그러고 보니 돈 안 되는 것만 하고 있네요. 허허.”

녹색병원은 처음에 14개 과 205명 직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17개 과에 355명으로,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었다. 끊임없이 지역사회와 호흡한 덕이다. 지금도 환자의 90%가 지역 주민이다. “이제는 직업병 전문병원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지역 의료 공동체를 꾸리는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녹색병원은 지역사회를 위한 의료·복지를 펼치는 ‘건강방파제’ 사업을 2009년부터 벌이고 있다. “이 정도 규모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를 3명 고용한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했다. 의료만큼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병 치료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는 여전히 전국 1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요즘은 원진레이온 사태 때보다 오히려 직업병 인정 받기가 힘들어진 거 같아요. 정부에선 자꾸 연장근로 등 실증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관리가 잘되는 회사라면 재해가 발생했겠어요?”

녹색병원 1층에는 작가 임옥상씨의 조각품이 놓여 있다. 쇠판 뚫고 꽃이 피어나는 형상이 꼭 병원의 10년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품 한편에 양 원장이 직접 지은 시가 적혀 있다. “사랑을 받아 사람답게 살고 다시 사랑을 남깁니다. 이는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고리입니다. 녹색병원도 사랑의 고리가 되겠습니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기사등록 : 2013-10-02 오후 07:27:33 기사수정 : 2013-10-02 오후 10: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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