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병원 대표번호 : 02-490-2000

병원소식

건강정보

  • 병원소식
  • 건강정보
[건강 칼럼] 입원실 풍경을 바꾸자
  • 글쓴이 관리자
  • 조회수 7919

══════════════════════════════════════════
※ 본 자료는 경향신문에 연재 되었던 <양길승의 세의보감>에 실린 내용입니다.

   (게재 일자 : 2005년 8월 16일)
══════════════════════════════════════════

 6명에서 8명의 환자가 있는 병실. 냉장고가 두개 있고 텔레비전이 하나 가운데 있다. 냉방은 되고 있지만 한쪽 구석에서는 따로 선풍기를 돌리는 사람도 있다. 개인 물건을 넣어두는 탁자 겸용 2칸 서랍장이 있는데 병원 직원들은 상두대라고 한다. 그리고 환자 침대 밑으로 들여 놓을 수 있는 보호자용 침대가 병실의 기본 물품들이다. 겨울이라면 가습기가 따로 있을 것이고 손님이 오면 앉을 수 있도록 접는 의자가 몇 개 있다.

 

 그래서 병실에는 환자와 그만한 수의 보호자가 같이 살고 있다. 거동이 부자유스러운 환자의 수발을 드는 것이 보호자가 해야 할 몫의 일이어서 식사, 세면, 용변, 잠자리 보기 등 거의 모든 일을 보호자가 한다. 그러려면 한 사람이 매달려 있어야 하고 매달려 있으려니 보호자의 식사, 세면, 용변, 잠자리 등 모든 일도 병원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아왔고 또 그렇게 하는 것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어린 환자들의 경우 엄마나 보호자가 없으면 병원 생활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무서워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보호자가 있는 것이 환자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가족과 떨어져 병원생활 하는 것을 못 견디지는 않는다는 것을 70년대 초 국립의료원에 실습 나갔을 때 본 적이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보호자가 항상 있다보니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환자가 돌보는 사람이 있어서 더 의존적이 되는 것은 작은 문제일 것이다. 보호자가 있음으로서 감염성 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고 먹고 자고 하는 것이 위생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간호사가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고 해야 하는 일도 자연스레 은근 슬쩍 또는 공공연하게 보호자의 손으로 넘어가고 만다. 가족이 간호를 하는 것이 “가족적인 간호”여서 좋다고 말하는 것은 농담을 넘어 큰 문제를 품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보호자가 겪는 희생과 불편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밤에 퇴근하고 나서 밤새 환자를 돌보다가 출근하면서 다른 가족과 업무교대를 하는 사람이 많다. 낮에 나온 보호자는 다른 보호자가 올 때까지 전화로 일을 보면서 버티다가 밤이 되어서야 일을 보러 달려간다. 그게 집안일이든 아니면 공부나 다른 일이든...
80년대 초에 해외(아일랜드와 영국)에서 3년을 살면서 병원에서 다른 풍경을 보았다. 대부분의 환자는 30명 정도가 한 병동에 함께 있었다. 칸막이와 커튼으로 나누어진 공간에 개인 짐을 맡겨버려 간편해진 소지품은 서랍 하나에 들어갔고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은 가족사진 그게 전부였다. 전염의 위험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혼자 쓰는 방이 주어졌고, 국립의료원에서 10년 전에 보았던 것처럼 가족이나 친지 등은 면회시간에만 오고 있었다. 그것도 엄격하게 시간을 지켜서.

 

 외국의 풍경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그렇게 되는 과정과 이유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불편하고 문제가 있는 만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집에서 가족이 돌보고 의료진의 도움이 부수적이라면 퇴원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치료가 필요해서 입원을 하였다면 치료는 전문가의 판단과 관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가족들의 도움은 제한되어야 한다. 환자가 간호의 대부분을 하도록 되어 있는 지금 우리 방식은 적절하고 전문적인 간호를 설 여지를 없애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보호자의 삶과 활동을 왜곡시키는 것을 당연시 한다는 것이다.

 

 병원이 간호의 전부 맡는 것이 너무 급격한 변화라면 적절한 단계를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는 보호자의 삶도 배려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병원이 보다 전문적인 치료 공간이 되게 하기 위해 우리들이 익숙해 온 것을 떠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양길승 녹색병원장

 

 

   -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입학

   - 아일랜드 국립 골웨이 의과대학 졸업

   - 노동과 건강연구회 창립

   - 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 창립

   - 원진노동자건강센터 대표



 

목록





이전글 [건강 칼럼] 응급실을 가야할 때
다음글 [건강 칼럼] 프리랜서 의사? 의료체계를 개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