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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의료기관끼리 진료기록부 제공은 의무
  • 글쓴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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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냥 병원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의료기관은 의원, 병원, 종합병원으로 이름이 다르다. 낭비가 없고 적절한 진료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전달 체계로 보면 의원과 병원은 1차 의료기관이고, 종합병원은 2차 기관, 대학병원급의 대규모 병원은 3차기관으로 나눈다. 의원과 병원을 구분하는 것은 전문과목이나 진료하는 의사의 수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이 30개가 넘을때는 병원, 그보다 적을 때는 의원이라 한다. 그러나 종합병원은 최소한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와 방사선과 전문의가 각각 한 사람 이상씩 있어야만 그 이름을 쓸 수 있고, 대학병원급이라는 대규모 병원은 병상수가 2백이 넘고 수련의를 교육할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감기나 몸살, 원인이 복잡하지 않은 복통환자들이 3차 기관을 찾는 것은 환자의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의료의 측면에서도 연구와 교육을 맡아야 할 인력이 간단한 질병 치료에 쓰이게 되어 낭비가 많다. 그래서 전 국민이 의료보험이 대상이 되면서 작년 9월부터 3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에 제한을 두게 되었다. 1차 기관이나 2차 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제출하는 환자만을 3차 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환자의 긴급한 필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요구한자의 경우에는 언제든지 3차 기관에 직접 갈 수 있다. 또 그다지 흔하지 않은 전문과목인 안과․이비인후과․피부과․가정의학과와 재활의학과는 진료의뢰서 없이도 바로 3차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의료전달 체계는 바람직한 제도이지만 환자가 이를 제대로 알아야 비로소 기능을 발휘 하수 있다. 환자가 3차 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원하거나 1차나 2차 진료기관의 의사가 3차 기관에서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을 때에는 진료의뢰서를 작성한다. 여기에는 되도록 자세하게 지금까지 병의 경과, 검사를 했을 경우 그 결과, 치료한 방법의 결과, 약품의 이름과 수량, 기간 등과 함께 진료한 의사의 임상진단명이나 추정 병명을 밝히고 앞으로 했으면 하는 검사 등을 써 넣도록 요구해야 한다.

 

 실제에 있어서는 1차나 2차 기관에서 한 검사를 3차 기관에서 다시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2중의 부담이 되고 있는데 환자나 가족이 정확히 검사결과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진료의뢰서에 자세히 적어야 한다.

 

 환자의 진료기록부는 환자 개인의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열람이 허용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할 경우에는 진료 기록과 진료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의료기관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다. 방사선 촬영 필름의 경우에는 복사하여 줄때에만 복사비를 받을 수 있고 그 밖의 기록은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데, 비밀 유지를 위해 밀봉하여 주거나 우편으로 보내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환자는 1.․2차 의료기관에서 먼저 기록을 받아 3차기관으로 가는 것이 제일 바람직 하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환자나 가족은 3차 병원에서 진료기록 요구서를 받아 1․2차 병원에 제시하면 의무적으로 보내주도록 돼 있다.

 

 의료전달 체계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 영국에서 어떻게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가를 보면 우리나라의 전달체계의 개선과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건강에 대해 상담을 원하거나 진료를 필요로 할 경우 집 근처나 근무처 근처에 있는 1차 의료기관에서 상담과 진료를 한다. 대개 20명에 한명꼴로 2차 기관에 환자를 의뢰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자세한 병력과 그전에 앓았던 질환들, 가족의 병력, 직업력, 특이체질 여부 등이 적힌 의뢰서를 우편으로 보내주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환자가 찾아가도록 한다. 의뢰받은 기관에서는 환자를 진료한 뒤 검사 소견과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자세히 적어 의뢰한 기관에 보내주어 환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1차 기관이 진료와 치료에 중심이 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달 체계는 의료기관 사이에서 진료기록이 전혀 교환되지 않고 있는 점과 환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1차 의료기관이 상담과 치료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 본 자료는 한겨례신문에 <국민 건강>이라는 타이틀로 연속 게재되었던 양길승 원장의 칼럼입니다.

(게재일자 : 199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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